개신교회라면 역사적으로 믿음의 모본으로 종종 청교도를 말한다. 그러나 정작 청교도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청교도의 대한 대부분의 지식은 영국에서 박해를 받아 메이플라워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오늘의 미국을 건설한 신앙적 주역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청교도의 후예라고 본다면 그것에 관해서 어느 정도의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교회의 전통을 이해하고 새롭게 세워가는 데 도움이 되라고 생각된다.

‘청교도'(Puritan)’라는 명칭은 1560년대에 만들어진 말로써 엘리자베스 여왕이 로마 가톨릭과 타협적인 신앙으로 영국 국교회(성공회)를 이끌고 가자 그것에 대한 신앙적 반론과 불만을 거세게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영국 국교회에서 가톨릭적인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고 진정한 종교개혁을 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영국 국교회 사람들이 이 저항자들을 두고 빈정거리는 말로 청교도(Puritan)라고 불렀다. 마치 속된 표현으로 “그래, 너만 깨끗하다!”라는 비난이었다. 이와 같이 영국 국교회 사람들은 소위 청교도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까다롭고, 비판적이고, 자만하고, 위선적이라고 야유와 비방을 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에는 영국 왕조(당시 스튜어트1))에 반대하고 공화주의2)에 동조한다는 보다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 청교도들은 영국 국교회가 로마 가톨릭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회중의 자치권과 궁극적 권위로서 성경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였다. 이와 같이 청교도는 영국 국교회를 개혁시키려는 열정적인 운동이었다. 청교도에 포함된 대표적인 사람들은 영국 국교회 안에서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과 장로교회, 침례교회, 독립교회, 회중교회, 천년주의교회, 시이크교회, 퀘이커교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 교파 간에도 견해 차이는 매우 컸다.

 청교도 예배의 절정은 설교였다. 그러나 기도 역시 청교도의 중요한 요소였다. 1642년에 출판된 책에서 청교도 목사 존 카튼은 “기도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분의 뜻에 따라 은혜의 성령의 도우심에 의해 신령한 축복들을 바라는 마음의 열망을 쏟아 붓는 것”이라고 했다. 1642년에 레치포드란 사람의 기록에 보면 뉴잉글랜드(미국 대륙의 동부식민지 정착지)의 공식 주일 아침예배 때 공적 기도를 청교도들이 어떻게 드렸는지를 잘 볼 수 있다. 주일 아침예배는 목사가 15분이 넘는 기도를 드림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예배 중에도 설교 전에도 목사의 긴 기도가 있었다. 설교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설교 후에도 목사의 기도는 한 시간가량이나 되었다. 그 밖에도 성찬 후의 기도와 축도 역시 길었다고 기록되어있다. 1680년의 기록을 보면 목사의 설교와 기도는 예배 중 3시간 동안 진행 되었다.

 청교도 기도의 특징이라면 기도는 반드시 즉석의 기도이어야 했다. 청교도 운동 자체가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인 가톨릭교회와 영국 국교회의 고정된 형태의 기도문 낭독에 대한 반대도 포함되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특징은 끈질기게 하나님께 조르는 것이 기도에 있어서 중요했다. 기도가 끈기를 필요한 이유는 1654년 런던에서 출판된 한 청교도 책에서  “기도의 역사(役事)는 하나님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심령을 주님께 가까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예로 당시의 기도에 대한 한 일화로 사무엘 세왈이란 사람의 일기를 보면 심각한 질병에 걸린 그의 아들을 두고 그가 어떻게 기도했는지가 드러난다.

‘1685년 12월 19일 토요일, 윌라드씨가 심하게 아픈 나의 어린 아들 헨리와 기도했다. 12월 20일 주일(안식일), 윌라드씨와 무디씨에게 내 아이 헨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짧은 편지를 보냈다. 12월 21일 월요일 새벽 4시경, 내 아이가 힘없이 신음하자 기도를 해야만 했다. 12월 21일 월요일, 무디씨를 불러서 아이들 위해 기도했다.’

이 일기에 의하면 사무엘 세왈이라는 청교도는 자신의 아들의 질병을 고쳐달라고 하나님께 매일 매일 지속적으로 기도했음을 볼 수 있다. 즉 청교도적 기도는 매일매일 그리고 매 순간 조르듯이 기도하는 것이었다.

 영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미국의 청교도들은 경건생활을 위해서 기도의 다섯 가지 부분을 강조하였다. 그것들은 감사, 고백, 간구, 중보, 봉헌이었다. 즉, 감사와 찬미로 기도를 시작하여 자신과 공동체의 죄의 성찰과 고백이 이어지고, 다시 죄를 용서해주실 것을 간구하고 또한 일상생활과 가족에 대한 간구를 드렸다. 그리고 교회와 세상에 대한 중보의 기도를 한 후 재산, 재능, 그리고 시간을 그리스도께 드리겠다는 봉헌기도로 끝냈다.

 예배 때 목사의 기도가 길어지는 이유는 교인들에게 기도제목을 받아 간구와 중보기도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청교도들은 목사의 기도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마치 능력을 나타내는 하나님의 사자와 같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목사의 기도는 설교처럼 교인들에게 중요하였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예배 때 목사의 간구와 중보기도에 자신의 기도제목이 포함되기를 바랐다. 그들은 기도제목과 내용이 담긴 메모를 막대기에 끼워서 강단 위의 목사에게 주었다. 목사는 그 메모를 보고 긴 간구와 중보기도를 하였다. 이 메모를 ‘기도의 증서들’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 내용들을 보면, “바다에서 일하는 벤자민 엘튼에게 하나님께서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하시고, 안전하게 귀환하도록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앤 윌리암스의 해산(解産)을 안전하게 지켜주신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배를 타고 외국에 간 남편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이처럼 청교도들은 목사의 기도가 그들의 기도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기도의 형태는 미국 청교도들이 먼저 시작하였고, 같은 시기에 영국 청교도들도 따라하였다. 목사들의 기도는 길었지만 항상 성경적인 어휘와 표현으로 하였고 풍부한 영성을 가지고 있었다.

 청교도들의 기도는 묵상, 금식, 은밀한 기도, 철야, 경건한 절규, 시편 찬송 등이 있었다. 한 청교도 부인의 1688년 12월 17일 기록을 보면, 그녀가 4년 동안에 걸쳐 남편과 가족과 국가를 위해서 여러 차례 하루 종일 금식과 기도로 보낸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금식도 청교도적 기도 중의 중요한 하나였다.

 청교도들은 진실한 마음, 끈기, 겸손, 회개, 하나님의 율법에 대한 완전한 의존, 질병과 사망에 대한 겸허, 그리고 믿음, 소망, 사랑의 자세로 기도하는 것이 내적인 태도였다. 외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지만 성찬식 때 무릎을 꿇는 것은 가톨릭과 영국 국교회의 기도라고 하여 금지하였다. 그러나 사적으로 침상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인정하였다.

 청교도들은 기도를 소홀히 하는 것을 ‘사악한 어리석음’이요, ‘마치 영혼도 없고, 지옥도 없고, 하나님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기도는 매일 하는 것이고, 특별히 그들이 사는 두려운 시대에 기도를 의무로 강조하였다. 당시에 존 카튼 목사는 기도를 드리지 않는 이들을 향해서, “하나님께서는 기도에 민감하시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도에 그처럼 힘이 있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라고 경고했다. 청교도들은 믿음을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리면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응답해 주신다고 믿었다. 그들은 기도의 응답을 받으려면 하나님의 응답을 믿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살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기도의 응답에는 인내가 필요하며, 성경을 그 안내서로 사용하라고 권유하였다. 기도는 또한 개인적인 의무일 뿐만 아니라 가정의 의무이기도 하였으므로 가정에서 기도드리기 위한 소책자들이 활발히 출판되었다.

 청교도적 기도의 유산은 무려 400년이나 지속되어서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기도를 할 때 감사, 고백, 간구, 중보, 봉헌을 포함하여 하고 있다. 그리고 묵상, 금식, 은밀한 기도, 철야, 경건한 절규의 모습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다. 목사에게 기도제목을 메모하여 주어 기도하게 하는 것 역시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다만 기도를 즉석에서 하는 경우와 미리 써서 하는 경우 등의 형태는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미리 써서 하는 기도조차도 가톨릭이나 영국 국교회의 고정된 기도를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기도라는 점에서 즉석기도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이처럼 우리의 기도의 외적 형태로는 다소간의 변화가 있다. 그러나 기도에 대한 청교도적 자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청교도적 유산을 지켜오고 있는 점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기도의 시간이 청교도적 기도의 시간과 비교해 볼 때 그 질과 양에서 모두 못 미치지 않나 생각한다. 또한 조르듯이 매 순간 기도하였던 그들의 기도의 간절함에 우리가 미치지 못하지 않는가라는 반성을 하게 한다. 청교도의 기도를 통해 교훈을 얻어 우리가 믿음의 선배들의 좋은 전통을 이어가기를 소망한다.  [e-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