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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검은 리본을 달고 고 김동익 목사의 설교 CD를 받아든 순간부터 성도들은 말할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에 끌려 본당으로 들어갔다. 환하게 빛나는 백합, 그리고 온화한 미소의 영정사진. 차분하고 엄숙한 가운데 작은 소리로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도 두 귀와 두 눈은 강대상을 향했다.
4월 1일 화요일 오전 10시,〈고 김동익 목사 제 10주기 추모예식〉에 많은 성도들이 참석해 새문안교회 본당을 가득 매웠다. 이수영 담임 목사의 집례에 따라 한마음으로 신앙고백을 한 성도들은 찬송가 12장을 부르고 노재영 장로의 간절한 기도와 나순구 권사의 성경봉독이 이어졌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사도행전 20장 24절)” 장엄한 분위기 속에 울려 퍼지는 성경구절과 찬양은 참석한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며 고인의 삶을 묵상하게 했다. 잠시 후, 또다시 조용하지만 확실한 동요가 있었다. 김동익 목사 재직 당시 부교역자 모임인 새목회 회원들의 찬양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웅성웅성, 두리번두리번. 모두 바쁜 중에도 참석한 반가운 얼굴들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10여 년 전 그 시절을 헤아리는 성도들의 마음이 하나가 된 것이다.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온 몸과 영혼을 다 주께 드리니 ~♬” 새목회 교역자들의 뜨거운 찬양은 교인들의 영혼과 가슴을 적시고 적시더니 이내 은혜의 물결이 되어 낮은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내는 권사님, 집사님들은 오늘, 바로 10주기 추모예배에서 다시 김동익 목사 그를 만났다.
홍익교회 원로 목사이자 김동익 목사와 장신대 동기동창인 김태복 목사가 “교회 성장을 위한 일념”이라는 말씀으로 새문안 교회를 향한 김동익 목사의 땀과 뜨거운 열정과 헌신의 목회를 회고 했다. 김태복 목사는 120여년이나 되는 긴 역사 속에서도 6분의 목사만 모셨다는 것과 성장하기 너무나도 불리한 도심 속 위치에도 불구하고 장로교 전통대로 예배를 드려 교단의 귀감이 되고 있는 새문안교회의 놀라운 은혜를 치하하며 “첫째, 김동익 목사의 업적을 잊지 맙시다. 별다른 취미도 없이 사도 바울처럼 오직 교회 성장과 복음 전파에 대한 일념으로만 가득 찼던 분, 만나면 교회 얘기만 하고 교회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셨던 김 목사를 교인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목회자가 일 잘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셋째, 궁극적인 성공은 하나님의 소망을 가지는데 있다고 한 김동익 목사처럼 언제라도 영혼 준비하였다가 천국에서 기쁨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합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 구세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당부했다.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이수영 담임목사와 더불어 부흥 성장하는 교회가 되길 기도하면서 설교를 마쳤다.
“…얼마쯤 후에 드디어 비보가 들려왔고, 결국 그날의 봄비는 새문안 전체 교인의 통곡이 되고 말았습니다……쉰일곱 살의 젊은 목사를 천국으로 보낸다는 것이 그때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1998년 4월 1일 수요일 김동익 목사가 하나님 품으로 가시던 그날, 땅과 하늘이 슬픔에 잠긴 듯 봄비 내리던 그날의 상황을 바로 어제 일인양 자세히 되짚으며 목사님의 자작시 “깊이있는 사랑”으로 마무리하던 변우량 장로의 추모사는 고 김동익 목사를 향한 새문안 성도들의 그리움을 한껏 고조시켰다.
교회 성장뿐만 아니라 교회 재건축을 위해서도 불철주야 노력했던 목사님이었다며 유지를 받들어 교회 재건축에 힘을 모으기 위해 다음 주부터 새문안교회에 출석하겠다는 갑작스런 선포를 황산성 사모가 유족인사로 대신하자 모든 회중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황산성 사모의 결단에 이수영 담임목사의 성전 건축 메시지가 오버랩되었다. 고인의 삶은 끝난 것이 아니라 그의 뜻을 이어 살아가는 우리 새문안 성도들에 의해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예배의 모든 순서가 끝나고 김태복 목사의 축도를 받고 퇴장하는 교인들의 마음에는 어느새 소명과 헌신의 은혜가 차고 넘쳤다. 그 은혜를 담아 유족의 손을 꼭 쥐어주며 사랑을 전하는 교인들의 뒷모습 역시 참으로 아름다웠다. 교회 마당을 비추는 화창한 봄날 햇살처럼……. [e-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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