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언더우드학술강좌가 9월 6일(토)과 주일인 7일 양일에 걸쳐 “세상과 소통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번 언더우드학술강좌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모색해 보았다. 더욱이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자매 교회 및 이웃 교회, 그리고 국내외에 거주하는 중국, 일본의 기독교인들과 함께 강연과 토론을 통해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인식을 공유하였다.(편집자 주)

 

 

 

첫째날 : 9월 6일 (토)

 9월 6일(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수영 담임목사의 소통에 관한 기조 설교이후, 찬양사역자인 송정미 교수(숭실대학교 겸임교수)가 ‘평화가 있기를’ 외 10여 곡의 찬양을 드리며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어진 주제 강연에서 김회권 교수(숭실대학교)는 독일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의 말을 인용하여 현대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정체성의 위기’와 ‘상관성의 위기’에 빠져있다고 진단하였다. 그는 이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고찰한 후 세상과 소통하는 세 가지 방안으로 복음전도적 소통, 중보자적 소통, 그리고 변증적 소통을 제시하였다. 복음전도적 소통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고, 청중들로 하여금 그것에 대하여 회개로 응답하도록 만드는 소통이다. 중보자적 소통은 세상의 탄식과 아우성을 흡수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는 소통이다. 마지막으로 변증적 소통은 이미 세상 사람들에게 유포되어 있는 개념들이나 사상, 혹은 시행되고 있는 관습들과 제도들을 발판 삼아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증거하고 체험케 하는 과업이다. 결국 이 소통을 통해 교회공동체 안에서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변혁적 에너지가 사회적, 정치적인 삶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씀하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근 불거진 불교계와의 갈등이나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전파 방법론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면서 주제에 대한 참여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제 강연 이후에는 2시간에 걸쳐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와 소통’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과 그리스도인’ ‘다문화 한국사회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역할’ ‘세대간 소통’ ‘직장에서의 소통’이란 소주제별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었고 그리스도안에서의 진정한 소통의 여러 방안들을 찾아보았다. 토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1.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와 소통

발제자(대학부 김탄 성도)는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참여란 무엇인가? 그리고 정치참여에 있어 현실적인 당위성과 기독교적 당위성에 대해 성경을 근거로 제시했으며, 정치참여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더불어 정치참여와 소통에 대해 정리하였다.

정치사회와는 거리를 두고 나의 신앙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 자체가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인식하에 미국 기독교계의 사례를 통해 서로 다른 스펙트럼을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패러다임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호 토론을 통해 도출했다. 또한 ‘내가 배아줄기세포의 정책결정자라면?’ 이라는 주제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독교적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지 말고 기독교 윤리를 포함한 총체적인 의견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일본인 참석자의 경우 일본에서 대학 졸업하고 의사 인턴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과,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느끼는 것 사이에 딜레마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경험을 토대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2.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과 그리스도인

발제자(청년1부 소순강 성도)는 경쟁의 의미, 경재의 유익함, 경쟁의 변질 원인과 폐해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과 파괴적인 경쟁을 막기 위한 성경에서의 소유에 대한 개념에 대해 발제하였다.

자유토론에서는 서민 자본주의에서 선진 자본주의로 전향하기 위한 노력에 그리스도인이 동참해야 하며, 성경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는 탐심이 발동할 수 없기 때문에 교회가 앞장서서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토론을 통해 도출하였다. 또한 기독교적 사회운동이 세대를 이어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쟁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가치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지위나 부를 이용하여 이기는 것이 아닌 공정하고 정직하고 투명하고 사랑이 있는 경쟁이어야 하며, 이긴 자 또는 오만하지 않고 겸손할 수 있어야 참된 경쟁이라 할 수 있다는 점을 공감하였다.

 

 

3. 다문화 한국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

발제자(청년1부 강총명 성도)는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의 현상을 서론으로 단일민족 대한민국, 다문화 사회인 한국에서 외국인들의 현실을 세부적으로 다룸으로서 단일과 다문화의 통합과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본론에서 부각시켰으며, 결론으로 성경적 관점에서 기독교인의 역할을 조명하였다.

세부토론에서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이미 접어들었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강조되었고, 국내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내 두나미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중국인 참가자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선민사상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한국인의 중국선교에 있어 한국 민족의 우월성을 고집하는 경향이 오히려 선교의 방해가 된다고 지적하였다.

 

4. 세대 간 소통

발제자(청년1부 이세진 성도)는 청년의 관점에서 세대를 정의하고, 세대 간 구조적 특성 및 세대차의 원인을 조명함과 동시에 교회 내 세대 갈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극복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세부토론에서는 아주 현실적인 대안들이 많이 도출되었다. 인터넷으로 인한 가족간의 대화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정예배 등을 통해 가족간 대화와 소통의 장을 마련함이 필요하다는 점. 현대인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의견을 듣는 훈련이나 아버지교실 같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큰 교회의 경우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세대와 만날 기회가 없고 따라서 세대 간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는 점도 지적되었다.

 

5. 직장에서의 소통

발제자(청년1부 문정환 성도)는 그리스도인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현실적인 상황(인터뷰를 통한 결과)을 사례로 제시하였으며, 헌신과 희생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의견, 소통의 길이 곧 예수의 길임을 강조하였다.

토론에서는 기독청년들이 소통에 더 서투르고 폐쇄적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자의 모습으로 살겠다는 신앙의 본질을 확고히 인식하고 하나님과 나 사이의 소통을 확립한다면 나와 너, 나와 우리와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토론하였다. 일본 참가자의 경우, 발제와 토론 내용을 통하여 나라는 다르지만 그리스도인이 직장에서 겪는 갈등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공감하였으며, 동일한 주제로 일본의 그리스도인들과 많은 토론을 해 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둘째날 : 9월 7일 (주일)

둘째날인 9월 7일(주일)에는 예배시간의 설교를 통하여 전 교인이 ‘소통’에 대해 진지한 교감이 이루어졌다.  주일 예배설교는 1부 이수영 목사, 2부 임성빈 목사, 3부 시마다 마사요시 목사, 4부 정안덕 목사, 5부 김회권 목사가 각각 말씀을 선포하였다.

 

 

“사랑, 하나님의 진실하신 사랑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렇게 복에 겨운 삶을,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 그 진리와 자유의 사랑은 우리만을 위한, 나만을 위한 사랑이 아니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게 하시기까지 사랑하신 것은 우리만이 아니라 ‘이 세상’ 때문임을, 또한 누구도 멸망치 않고 구원을 받게 하심’ 때문이다.

 

“아무 공로 없는 내가 먼저 하나님의 이 크신 사랑받은 이유는 우리를 통하여 나타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일이 있기 때문이다. 길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만났던 제자들은 저 사람이 저렇게 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대답하셨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북한 동포나 세상의 빈민들이 어렵게 사는 것이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우리를 통하여 나타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여 주신 것이다. (9-10절)

 

“진정한 사랑은 순간적이고 감상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나날이 성숙하고 풍성해져야 한다. 성경은 지식과 총명이 있어야 그러한 사랑의 풍성함이 가능해진다고 증거 한다. 지식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지식을 뜻하며, 총명이란 영적인 분별력을 말한다. 진정한 총명, 영적 분별력은 오로지 무릎 꿇는 기도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다. 영적인 분별력으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 살아가는 삶! 그것이 기독교인다운 윤리적인 삶이다.

 

“십자가의 사랑을 지식과 총명으로 더욱 풍성하게 하여, 우리가 주님의 사랑으로 인하여 받은 이 믿음과 복을 나누며, 우리 믿음의 주요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으로 맺는 의의 열매를 풍성히 맺어 하나님께 찬송과 영광을 돌리는 ‘성숙한 사랑’의 사람들이 되자.”

 

 

“제 나이 56세이다. 그 동안 한국 방문의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오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직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언더우드 학술강좌의 초정을 받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목요일 장로회 신학대학을 방문했는데 그 곳에서 주기철 목사님의 동상을 보았고, 서대문 형무소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했다. 아주 아픈 경험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지식이 많다는 것과 실존의 현장에 선다는 것은 아주 다른 차원이었다. 서대문 형무소 사형장에서 깊이 회개하지 않을 수 없었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예수님의 제자들 중 세리인 마태와 열심당원인 시몬이 있다. 둘은 물과 기름 같은 관계였지만 두 사람이 함께 제자가 되었다. 바벨탑을 세운 사람들의 교만을 부수기 위해 인간을 흩어지게 하셨고, 이를 극복하는 길로 오순절의 성령을 통해 교회라는 공동체를 탄생하게 하셨다. 언더우드 학술강좌의 주제가 ‘소통’이다. 그리스도에게 있는 이 평화야 말로 소통의 기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청산학원은 134년의 역사를 가졌다. 청산학원의 설립에는 일본에서 가장 처음 세례 받은 사람 중 하나인 ‘수다센’이라는 그리스도인이 있다. 수다센이 사망한 지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이 해에 저는 새문안 교회의 초청을 받았다. 수다센과 새문안을 아주 오래 전부터 깊은 관계가 있다. 1882년 이수정이 일본으로 건너왔을 때 수다센을 방문했고, 수다센은 이수정을 전도했고, 그 다음 해에 그에게 세례를 주었다. 이수정은 역사상 일본에서 최초로 세례 받은 한국인이었고, 그와 수다센은 사역 동역자가 되었다. 그는 일본어 중국어 등 어학에 능통했고, 중국어로 번역된 마가복음을 한국말로 옮겼다. 그리고 그는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에게 한국말을 가르쳤다. 언더우드가 한국 땅을 밟았을 때 그의 품속에는 이수정이 번역한 성경이 있었다. 새문안교회의 설립에는 수다센이 작은 씨앗이 된 것이다. 하나님의 뜻은 참 신비하다. 비슷한 시기에 우치무라 간죠가 있었지만 그는 철저하게 선교사를 배척했다. 만약 이수정이 우치무라 간죠를 만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산상수훈을 통해 이수정이 수다센을 만난 것이 하나님의 섭리이다.

일본은 그리스도인(카톨릭 포함)이 1%가 채 되지 않고, 그 중 주일마다 예배드리는 그리스도인은 0.25%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100명 중 20명이 기독교인이다. 왜 그런가? 4박 5일의 체류기간 동안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 일본제국의 식민지 지배하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믿음으로 싸운 순교자의 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들의 피를 헛되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사실을 깊이 새기고 돌아가겠다. 물과 기름 같은 마태와 시몬을 소통하게 하셨고,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들이 서로 소통하게 하셨고, 수다센과 이수정을 통하여 한국과 일본이 서로 소통하게 하셨다. 이런 소통을 위하여 낙운해 목사가 교회를 섬기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다.”

 

 

중국의 강력한 인간 중심의 우주관을 가진 무신론적 문화전통과 ‘천주(신)’ 의 존재를 기본으로 하는 기독교 사상과의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각자 종교적 신념을 변호하기 위한 정서와 의지로 이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유구한 무신론적 전통을 가진 중국인들과 수많은 장애와 고충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 이 시대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사명”이라고 말씀하셨다.

 

 

“신령주의적이고 내면주의적인 신학풍토가 지배하는 교회공동체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선을 쌓으려고 분투하는 노력에 비해 세상변혁적인 기개를 결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정체성 인식이 필요하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데 실패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버려진 소금이 되고, 등경 안에  감춰진 등불이 된다. 따라서 교회가 교회다울 때 비로소 세상과의 상관성을 획득하게 된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우리의 직장과 가정, 정치와 경제, 문화와 예술 등 모든 인간 활동 영역에서 바치고, 그것에 접근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분투할 때 세상은 교회로 말미암아 구원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므로 교회가 먼저 갱신과 옛 구조를 허물어뜨리는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복된 해방을 경험할 때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복된 소통에 동참할 수 있고 삶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고 강조하였다.

 

학술강좌 일정을 마친 후 한.중.일 청년참석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참석소감과 선교 비전 등에 관한 생각을 나누었다. 이번 행사의 강연과 토의 내용을 통해 얻어진 결론을 바탕으로 각 나라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구체적인 실천을 다짐하였다. [e-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