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자들이 결성한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인구와 식량 생산, 그리고 산업화 추세는 지구적 차원의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을 초래하여 앞으로 한 세기 이내에 지구의 성장은 정지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 보고서는 인류의 미래에 관한 대표적 비관론인데 이와는 반대로 허만 칸과 같은 미래 학자는 미래 세대는 현 세대에 비해 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것이며 식량과 에너지 고갈 문제도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제시하였다.

 

  오늘날 세계 대다수 국가의 국민들은 3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로마클럽의 경고대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모든 국가들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였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이제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지구적 과제로 등장하였다.

 

또한 금년 들어 배럴당 140달러 수준으로 폭등했던 국제원유가는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현재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지만 언제든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다시 등장할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이내에 세계 석유 생산은 피크에 도달하고 그 후에는 급격히 생산량이 줄어 석유가 주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중동 이외 지역에서의 석유 고갈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석유 생산이 피크에 도달하기 전에 중동 산유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석유 소비는 세계 7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임에 비추어 에너지 소비가 과다한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이 OECD 선진국에 비해 높고 특히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에너지 수입을 위해 950억 달러를 지불하였는데 금년에는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이 보다 350억 달러 정도를 더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고유가가 금년도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를 초래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후 1997년에는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 1990년 배출량 기준 평균 5.2%를 감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최대배출국인 미국은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였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개도국으로 인정되어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에는 우리나라도 어떤 형태로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며 금년 7월 일본의 도야코에서 개최된 G8 확대정상회담에 초청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조만간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발표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이어서 지난 8월 15일에 개최된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에서 이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60년의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며 녹색성장 비전은 "녹색 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하였다.

 

  에너지의 과도한 소비는 귀중한 외화의 지출을 초래하며 수입 에너지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취약성을 증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천으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84.3 퍼센트가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함께 그린에너지 보급을 확대하여 화석에너지의 사용 비율을 점차 줄여 나가야 한다. 지난 8월 27일 개최된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의 비중을 늘리고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비중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국제원유가격이 언제든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에너지 효율 개선과 수요 관리, 그리고 그린에너지 보급의 증대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은 세계 9위 수준이며 독일의 환경단체가 발표한 ‘기후변화 성과 순위’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있어 56개국 중 51위로 평가되었다.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의 환경경제효율성(불변가격 부가가치/이산화탄소 배출량)은  EU 평균의 60% 수준이고, 독일의 33%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탄소배출 저감 계획에 대하여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영국은 1990년 이후 경제 규모가 40 퍼센트 증가한 반면, 온실가스 배출은 15% 감소했다. 이는 영국이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세를 도입했고, 유럽 배출권 거래제를 고안했으며, 에너지 공급자로 하여금 에너지효율성 개선을 약속하게 하는 등 지속가능발전정책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은 “우리는 지금 과거에 비해 더 나은 산업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영국의 전 블레어 수상의 지시로 스턴경이 책임지고 작성한 스턴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강력한 조기 대처는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는 경우에 입게 되는 경제적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결론지으면서 에너지기술과 경제구조의 변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친성장전략이 될 수 있으며 성장을 열망하는 국가들의 욕구를 제한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제 우리가 급변하는 에너지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탄소 저감 대책을 조기에 마련하지 못할 경우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경제기반이 무너지고 선진국 진입의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의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여기에 탄소배출 저감 의무마저 지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범국가적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구호에만 그친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획기적으로 앞당겨야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은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다.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오염이 생태계에 미치는 위험성을 깨닫게 한 레이첼 카슨, "성장의 한계"를 통해 지구의 유한성을 알게 하고 무분별한 성장에 대해 경종을 울린 로마클럽, "불편한 진실"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앨 고어와 같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만드신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도록 만든 우리 시대의 노아이다. 그리고 '저탄소 녹색성장'은 지구와 지구촌 가족을 함께 살리는 '노아의 방주'이다.

[e-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