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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똥!” 이른 아침 벨소리에 이어 현관에 들어선 아들은 밝은 미소를 띠우며, “준비 다 됐지요? 빨리 떠납시다.” 라고 재촉한다. 보름 전 우리 내외에게 약속했던 안면도 나들이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 30년 동안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시던 어머님을 모시면서 우리는 함께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없었다. 이제 어머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지 백날을 훌쩍 넘기고 나니 우리를 위로해주고 싶었나보다. 아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언제나 살아계실 줄 알았던 집안의 어른이 떠나시고 나니, 아들은 무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함으로써 집안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 한다. ‘효’ 란 거창한 것에서보다 사소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간편한 복장을 한 우리 내외는 아들이 지시하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며 승용차에 올랐다.
차 속에서 며느리가 정성스레 준비한 과일과 음료 등 간식이 담긴 가방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찡했다. 오랜만의 가족나들이를 감사하면서 안전한 하루가 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린 후 차는 서서히 도심지를 벗어났다. 쾌적한 가을 날씨, 새파란 하늘, 한가로이 떠있는 흰 구름, 햇빛에 반짝이며 잔잔히 흐르는 한강물, 그리고 하찮은 길가의 풍경까지 오늘 따라 모두 정겹게 느껴졌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는 서부간선도로를 따라 서남쪽으로 신나게 달렸다. 교통이 혼잡한 주말이 아닌 화요일을 택하여 근무하는 병원에 휴가를 내고 우리에게 하루 온종일 시간을 함께하는 아들이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연로하신 어머님을 모시는 일에 많은 신경을 써야만했던 우리가 어느새 아들의 효도에 감격하고 있다니...
여름내 왕성한 생명력을 발휘하며 푸르렀던 길가의 나무잎새는 한잎 두잎 차분한 가을 옷으로 단장하고 있다. 차창 밖으로 방실방실 미소 짓는 코스모스가 보인다.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며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파초의 요염한 자태도 눈길을 끈다. 승용차의 오디오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복음성가를 들으며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한다. 드넓은 논두렁 벌판에는 황금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풍년의 현장을 보면서 하나님께로 향한 감사의 마음으로 충만해진다. 지금 전 세계는 금융파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가.
달리는 차창 밖으로 어느새 시원스럽게 펼쳐진 서해대교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푸른 서해바다의 한쪽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줄지어 있는 평택항 화물터미널의 모습이 보이고 몇 척의 선박이 운행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한가로이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있음을 느끼며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서해대교를 건너 행담도 해상 휴게실 주차장에 잠시 주차했다. 주말도 아닌데 여행객들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동화에 나오는 예쁜 궁전처럼 뾰족뾰족하게 지은 휴게실 화장실이 너무 깨끗하여 깜짝 놀랐다. 몇 년 전만해도 악취와 불결의 대명사와 같던 우리 공중화장실이어서 출입이 망설여지던 곳이 아니었던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은 화장실이 그 척도가 될 것이란 말에 따른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 수준일 것이라고 감히 평가해 보았다. 장애인을 위한 목발, 휠체어와 같은 보조기구를 무료로 이용하게 한 코너도 눈길을 끌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에서 살게 해 주셨군요.” 라고 잠시 기도를 드렸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청명한 가을햇살로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서해대교와 나뭇가지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우리는 며느리가 준비한 커피를 즐겼다. 아들은 우리 부부를 신혼부부처럼 앉혀놓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김치!” “치즈!”를 연발한다. 아마도 늙은 부모의 사진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보다.
서울을 떠나 세 시간이 지나서야 목적지인 안면도 꽃지해안공원에 도착했다. 서해안의 넓고 넓은 바다를 보는 순간 서울에서 마셨던 혼탁한 공기를 다 토해버리고 싶어 깊이 숨을 들여 마시면서 햇빛에 반짝이는 긴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바다 한가운데에 정답게 마주하고 있는 할미 바위와 할아비 바위의 애절한 전설을 통하여 잠시 노부부의 사랑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새끼 게와 가재, 조개들이 꼬물꼬물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면서 빠꿈빠꿈 구멍을 뚫고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들 처럼 깔깔대고 웃었다. 6년 전 이곳 꽃지해수욕장에서는 아름다운 국제꽃박람회가 열려 화제를 모으기도 한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아름다운 곳들이 꽤 많을 것으로 짐작이 되며 지방마다 도로시설이 잘 되어 깔끔한 느낌을 갖게 된다. 참 아름다운 나라, 참 좋은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음을 다 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비록 강대국 사이에 끼어 끊임없이 상처로 얼룩진 역사를 가진 작은 나라, 아직도 통일을 이루지 못하여 기도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만큼이라도 정돈되고 회복된 모습을 볼 수 있음을 또다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바닷가를 거닐면서,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어가는 들녘을 바라보면서, 지난 세월을 조용히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충족되지 못한 세상적 욕심 때문에 나의 지난날은 감사하기보다는 불평과 불만으로 답답해한 날이 참으로 많았던 것 같다. 하루의 가족여행을 통하여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자신임을 깨닫게 된 것이 감사할 따름이며, 입술로만이 아니라 범사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할 것을 일깨워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나 혼자만 감사하고 기뻐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변의 이웃과 나누는 데까지 지경을 더욱 넓혀야 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비록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기도하여 성숙한 감사의 본을 보였던 사도바울처럼, 다니엘처럼 성숙한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엮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가르친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e-새]
할렐루야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시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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