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저녁 요한계시록 강의는 간간히 풀어주는 헬라어로 인하여 원전의 의미를 알게되는 풍성함을 맛보게 된다. 강의를 맡으신 이 두희 목사님께서는 오래된 헬라어 성경을 펴가면서 조근 조근 세밀하게 설명하시는 스타일이시다. 그 날은 Schizomai (스키조마이) 라는 헬라어의 어원에 대하여 깊이 있는 강의가 이어졌다. 칠판에 헬라어로 Schizomai 라고 쓰시고 이 단어가 쓰인 곳이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비둘기 같이 예수님께로 내려오심을 보시는 장면에서의 하늘의 갈라짐 그리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 돌아가실 때 성소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 에서의 찢어짐에서 스키조마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으며 정신분열증의 병명인 schizophrenia의 schizo의 어원도 같다는 설명이셨다.
이두희 목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매일 같이 대하는 우리병원의 Schizo 환자들이 떠올랐다. 정신분열증 환자를 뜻하는 스끼조는 내겐 너무나 친숙한 단어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은 일반인의 상상 그 이상이다. 정신이 분열되어 건강을 잃은 이들은 가족에게나 사회에서 소외 될 수 밖에 없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기도하고 약의 부작용과 더딘 치료 효과로 인하여 절망하는 가족과 의료진을 매일 같이 보아야하는 내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그 뿐인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끔찍하게 여기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은 환자와 가족들을 더욱 더 고통스럽게 만들곤한다. 환자의 가족을 대하다 보면 환자의 고통보다 가족들의 고통이 더 심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결할 수도 피할 수 도 없는 이 고난 앞에 많은 이들의 눈물어린 기도가 쌓였겠지만 긴 세월을 보내다보면 침묵하시는 하나님 앞에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의 믿음을 흔들어 놓곤한다. 정신분열증을 포함하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과 환자와 가족이 겪고 있는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은 인생들이 겪어야하는 고난 이상이기 때문이다. 청년기에 발병하여 대부분 완치 되지 못하고 평생을 병원에서 보내야하는 많은 환자들을 볼 때 마다 이곳을 생업의 현장으로 삼아 주신 주님의 뜻을 깊이 생각 해 보곤 한다.
아주 오래전 공황장애와 불면을 겪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병원으로 보내신 주님이시기에 분명한 소명을 갖게 되지만 언제나 부족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부족함으로 인하여 화요일 저녁 성경공부는 나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도하다. 지난 학기에 공부한 요한계시록을 통하여 예수를 증거함에 고난을 받았던 많은 믿는 자들이 고난 앞에서도 하늘에 소망을 두며 궁극에는 반드시 승리케 하시는 주님을 믿는 믿음을 보면서 이 시대 이 땅의 하늘나라 백성에게도 동일한 은혜로 함께하실 것이며 나아가 우리가 인생길에서 만나는 고난에 대하여도 결코 침묵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위로와 소망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이심을 발견하게된다.
오늘도 이 땅에서 소외받고 있는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은 “지극히 작은자” 이며 “소외된 이웃”임을 깨닫고 깊은 관심과 애정 갖게 되기를 간구한다. [e-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