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는 마치 자신이 말이 옳았다는 것처럼 으스대었어요.
“그래. 너 말도 맞아. 하지만 어둠이 싫다고 매일 낮만 계속되는 곳에 산다면 어쩌겠니?”
“그럼 안 자고 계속 놀지요.”
산수유나무는 능글거리면 말했어요. 나무 친구들과 ‘늘참새’는 그냥 주저앉고 싶었어요.
‘산너머바람’은 더욱 따스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병의 원인을 알아야 병을 고치듯 나쁜 것도 깨달음이 있어야 고치는 거야. 내가 가끔 안 좋은 소식도 전해 주는 이유는 우리들에게도 그런 나쁜 것이 있나 하고 살펴보란 뜻이었어.”
“씨이-”
산수유나무는 콧방귀를 켰어요.
“빨리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무들과 ‘늘참새’가 합창하듯 말했어요.
“그래 알았어. 겨우내 꽁꽁 얼었던 개울 밑으로 이제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야. 또 개울 옆에 서있던 버들나무 끝에서 버들개지들이 쏘옥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지. 이제 곧 버들개지는 하얀 복실 강아지처럼 포도동 살찐 모습으로 냇가에서 춤추게 될 거야. 또 언덕위에 돌처럼 단단히 굳었던 흙덩이가 녹으며 부석부석해지고 있어. 그러면서 양지바른 흙 속에선 벌써 새싹들이 들썩들썩 흙더미를 밀어내고 있어. 얼마나 대단한 일이니? 생명의 힘이!”
“그만, 그만. 이제 보니 봄소식이야기네요.”
단풍나무가 촐랑대며 나섰어요.
“봄소식이 뭐가 신기하고 이상한 이야기예요?”
산수유나무도 기가 막힌다는 듯 못마땅해 했어요.
‘산너머바람’이 씽긋 웃더니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게 말했어요.
“맞아, 대단한 소식이 아닐 수도 있지. 당연히 우리 앞에 오는 계절이니까. 하지만, 새 생명이 탄생되는 소식 아니니? 돌처럼 굳어 있는 이 세상 모든 것들에겐 생명의 봄소식이야 말로 어쩌면 가장 귀한 소식일지 몰라.”
모두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끔벅거릴 때 ‘산너머바람’이 다시 말했어요.
“아무리 좋은 소식이라도 마음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떠한 것도 바꾸어 놓을 순 없지. 하지만 믿고 받아드리면 분명히 놀라운 변화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