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2세는 이런 빌헬름 1세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1891년에서 1895까지 4년에 걸쳐 이 교회를 건축했다. 고딕풍이 변형된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이 교회의 총 높이는 63미터에 이른다. 그러나 독일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건축된 이 교회는 2차 대전 당시 영국군의 폭격을 받아 일부가 파손되었다. 국민들이 ‘전쟁의 참상을 알리자’라는 주장으로 복구를 반대해 현재 종탑 부분만이 남아있다. 이 교회는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2차 대전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의미로 그대로 보존되었고 대신 바로 옆에 다각형으로 된 교회가 새로 지어졌다.

폭격당하기 전의 빌헬름교회.

카이저 빌헬름 게대히트니스 키르헤(Kaiser Wilhelm Gedachtnis Kirche)라는 길고 어려운 이름 대신 베를린 사람들은 이 교회를 ‘깨진 교회’ 혹은 ‘썩은 이빨’과 같은 애칭으로 부르고 있으며, 현재 교회 내부는 폭격 전 사진을 비롯해 전쟁과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전쟁의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많은 반전 평화주의자들이 이 곳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전쟁의 비참함을 기억하고 위령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그대로 보존된, 까맣게 그을린 울퉁불퉁한 외벽의 빌헬름 교회와 매주 예배가 드려지고 있는 그 옆에 새로 세워진 다각형의 현대식 건물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처음 인상으로는 낡은 건물 옆에 서 있는 초현대식 건물이 너무도 이상해 보였는데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서 정면으로 보이는 신비로운 푸른 색 스테인드글라스와 예수님 상이 주는 감격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가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을 흘린 기억이 여전히 새롭다.
교회 건물 자체로도 이렇게 은혜와 감동, 위로를 줄 수 있다니!
빌헬름 카이저 교회는 이렇듯 독일의 근대사를 그대로 보여 주는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