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배 원로장로

1952년 7월 7일부터 수도사단은 강원도 김화지역 수도형 고지지형능선(일명 수도고지 라함)에서 중공군 제12군단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해 가을 중공군의 추계공세가 시작되어 3개월 간의 방어작전에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어 쌍방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맹렬하게 싸우고 있을 때, 나는 육군하사로 기갑연대 본부중대에서 복무 중 1952년 9월 14일 보병 제2대대 제2중대 전투병으로 차출되었다.

내가 속한 부대가 1952년 9월 19일 새벽 미명에 적진을 향해 공격전에 임해 돌진할 때 적군의 포하를 피하려고 경사진 고지를 포복으로 또한 기어 올라갔다.
어두운 밤이어서 앞에 물체를 식별하기가 어려운데 앞에 문득 검은 물체 하나가 솟아 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 물체가 중공군의 유개호에서 나를 향하여 수류탄을 투척한 중공군 병사였다.


그 순간, 나의 등 뒤에 떨어진 수류탄으로 말미암아 나는 부상을 당한 느낌이 들어 적의 참호를 등지고 부상당한 것을 확인한 바, 우측 둔부와 오른쪽 대퇴부에서 출혈이 되는 것을 붕대로 사매 지혈한 후 사력을 다해 후방으로 퇴각, 후송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당시 기갑연대본부에서 수훈자로 선정하고 수도사단을 거쳐 육군본부에서 무공훈장을 수여하였으나, 그 사이 나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런데 뜻밖에 2006년 6월 13일 서울지방보훈청장으로부터 “무공훈장 수여 사실이 확인되었으니 국가 유공자로 등록신청(무공수훈자)을 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53년이 경과된 금년 호국보훈의 달에 특히 이러한 안내문을 받고 보니, 감회가 클 뿐만 아니라, 다시금 6·25의 그 때를 상기하게 된다. 내가 이 무공훈장을 적시에 받았다면,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은 받지 못했지만, 국가 유공자로 등록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명예를 찾게 된 데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