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든다면 한 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아파트 분양가의 공개 여부 문제가 그렇다. 바로 이 법칙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나온 해프닝이다. 아파트의 가격 역시 당연히 아파트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양 측면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아파트의 분양원가는 이 과정에서 공급 측면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아파트 가격은 분양원가 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아파트 가격이 분양원가 만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데서 분양원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발상이 나온 것이다. 이 발상에는 수요 공급의 법칙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다. 그래서 시장경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책이 제기되어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이고 그 결론도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100년 전인 BC 90년경 중국 한(漢)나라의 무제 때 사마천(司馬天)에 의해 집필된 「사기(史記)」중에서 우리는 수요공급의 법칙 등 시장경제의 본질에 관해 쉽고도 명쾌한 설명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사기의 마지막 편인 열전(列傳) 중 69권인 화식열전(貨殖列傳)에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경제사상이 기술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먹을 것을 생산하고, 어부나 사냥꾼이 물품을 생산하고, 기술자들은 이것으로 물건을 만들며, 상인들은 이를 유통시킨다. 이러한 일들이 정령(政令)이나 교화, 징발에 의한 것이거나 혹은 약속에 따라서 하는 것들이겠는가? 사람은 각자 자기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그 힘을 다해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이다. 때문에 물건 값이 싼 것은 장차 비싸질 징조이며, 값이 비싼 것은 싸질 징조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일에 힘쓰고 각자의 일을 즐거워하면, 이는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아 밤낮 멈추는 때가 없다.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몰려들고 억지로 구하지 않아도 백성들은 물품을 만들어 낸다. 이 어찌 도(道)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며, 자연스러움의 증명이 아니겠는가”

사마천은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한 번도 사용한 바 없지만 시장경제의 원리를 이보다 더 간명하면서도 그 본질을 꿰뚫어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짧은 글에는 시장경제의 본질인 물 흐르는 듯한 자율의 원리, 정부의 역할의 한계, 시장 참가자들의 자기 책임의 원리, 수요자 선택의 원리 등이 충분히 그러나 너무 알기 쉽게 기술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때문에 물건 값이 싼 것은 장차 비싸질 징조이며, 값이 비싼 것은 싸질 징조이다”라는 대목은 바로 시장경제의 기본인 수요.공급의 원리에 대한 명쾌한 기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