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운 공로장로
아침 8시 30분, 남편이 막 출근하려던 참인데, 전화벨이 울렸다.

눈으로 배웅을 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이수한 권사의 막내딸인 서은경 집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수(米壽)잔치에 와 주어 고맙ㄴ다는 인사와 함께, 어머니가'하나회'에 장학금을 희사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사연이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마음을 적셔주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감사를 연발했다. '하나회'는 장신대 부설 교회여성지도자 교육원 제3기생들의 모임이다. 졸업을 앞둔 81년 11월 30일, 동기생 33명이 '드보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그 이름으로 모이고 있는 단체가 있어서 84년 총회에서 '하나회'라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80년 당시 장신대 교육원 수업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다. 저명한 교수들과 목사들의 열강을 들으면서 신학도 신앙도 깊이를 더해갔다. 나는 영락교회 친구와 함께 등록했다. 교회 활동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나는 그 교육을 받으며 차차 변해갔다. 이기적인 면도 돌아보게 되고, 참회의 눈물도 흘렸다. 급기야 소명에 불타올라 쓰임받기를 갈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만난 분이 이수한 권사다.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졸업 무렵에는 퍽 친숙한 사이가 되었고, 교회에 나와 일해보라고 만날 때마다 나를 격려했다. 그 당시 이 권사는 장년여전도회 회장이었다. 쟁쟁한 선배 권사들이 많았는데, 뜻밖에 집사인 내가 82년 회계로 선임되어 여전도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때까지의 회계 담당자는 여상(女商) 출신의 권사로 자그마치 10년이나 그 일을 도맡아 했었다. 경험도 없는 내가 가계부 정리할 정도의 실력으로 과연 그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막막했다. 사양할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재정을 맡길 만큼 나를 신뢰해준 여러분들에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분연히 장승백이의 경리 학원에 나갔다. 2개월 간 젊은 아이들과 함께 회계공부를 익히며 악착같이 책임을 다했다. 초창기에 하나회는 장신대 여성관 건축에 적극 협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