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에 들어서서 장학부를 신설, 회원들이 그 기금 마련에 힘을 모았다. 그 성금이 오늘까지 장학사업을 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지만, 금리도 인하된데다, 기금을 늘릴 형편이 못되어 여러모로 안타까웠다. 그런 가운데 이런 낭보가 날아들었으니 감동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금년에는 신학대학원 신학과 1학년 여신학생을 돕기 시작했다. 졸업할 때까지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희사 받은 장학기금은 오고 오는 앞날의 지도자들에게 활력과 용기를 심어줄 풍성한 자양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6월 14일 정오, 롯데호텔 37층‘도원’에서 이수한 권사의 미수연(米壽宴)이 있었다. 흰 웃옷에 옅은 베이지모자를 쓰고 우리를 맞는 우아한 모습이 정겨웠다. 힘주어 포옹하는 모습에 감사와 평안이 느껴졌다. 이 권사의 촉촉한 눈빛을 마주보며 부군인 고(故) 서정한 장로도 이 자리에 계셨더라면! 하는 애잔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연회는 이 성직 목사의 기도로 시작되었다. 미수를 축하하며 자녀 손(子女 孫)들의 효를 누리며 만수무강하시기를 기도했다. 식사를 나누며 담소하는 가운데 내 차례가 주어졌다. 나는 하나회의 장학사업과, 새문안교회의 여성세미나에 관한 경위들을, 이 좋은 날 어찌 밝히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사연을 가다듬었다.

87년 새문안교회 창립 100주년행사로 온 교회가 떠들썩할 때, 하루는 이 권사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여성들도 이 기회에 힘을 모아 기념사업을 추진해 보라며 재정지원을 자청하였다. 당시 나는 2여전도회 회장이었다. 여전도회 협의회에 부의, 4개 여전도회가 행사를 나누어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18일, 드디어 교회 창립 100주년을 기념한 '제1회 새문안 여성세미나'가 고고(呱呱)의 함성을 울리게 되었다. 그 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세미나의 모든 재정지원을 10년이 넘게 이 권사가 전담해 주셨다. 넉넉한 삶 속에서 항상 검소하게 살면서도 선교지원은 아끼지 아니했다. 그리하여 여성세미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선도하는 새문안여성들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이다.

이수한 권사는 교회여성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이 있었다. 젊은이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시험도 치르고 레포트도 작성하며 학점도 걱정했던 시절이 더없이 행복했다고 술회하는 권사는 정녕 이 시대를 바르게 산 사표(師表)가 아니었나 싶다.
다음 제18회 여성세미나 때에는 이 권사에게 그 고마운 뜻을 기리는 감사패를 증정할 예정이다. 이수한 권사는 타계한 서 장로와 동갑내기다. 한합산업주식회사 회장이었던 서 장로를 내조하며 슬하에 2남2녀를 두었고, 어느새 손자손녀가 아홉이나 되는 참으로 부러울 것이 없는 복된 삶을 누려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