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9월 28일, 두 분의 고희.금혼식.장로성역 40주년을 두루두루 축하하는 의식이 성대하게 열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만 장로요 박사요 대학교수였던 큰 아들을 뜻하지 않게 가슴에 묻게 되고, 2002년 1월23일 부군을 먼저 보내는 애통함을 겪게 되었다. 작별을 고하고 나오는데,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뿌리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실렸으니, 의지가 되어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가슴이 메어왔다. 침실에 그녀를 누이고 일행은 돌아가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텅 빈 그 가슴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단 말인가! 평소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녀였지 않은가. 얼마 후 흐트러짐이 없이 자신을 추스르고 정숙한 모습을 회복하셨다. 그 다소곳함이 무척 돋보이고 아름다웠다.

어찌 보면, 우리는 너나 없이 서로가 많은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오늘의 우리가 있게 된 뒤안길에는 그만큼 보이지 않는 기도와 보살핌이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랑을 가지고,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때맞춰 나누는 것이 사랑의 빚에 보답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2004. 6. 17 [e-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