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대상인 쌍방 당사자들이 우리를 균형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 말은 허언(虛言)에 불과하게 되고, 또 설령 균형자 역할을 원한다 하더라도 그건 우리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추구해야할 내밀한 지침이어야 한다. 그런 터에 균형자 역할론을 생뚱맞게 공표하는 것은 균형자 역할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국내여론의 반향을 의식한 내수용(內需用)이기 때문이리라는 짐작이 쉽사리 든다.
이런 국내외 정세가 우리를 더욱 움츠러들고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수년째 계속되는 국내 경제적 어려움이 봄이 왔어도 봄을 실감치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나라 안팎의 주변여건과 상황을 살펴보노라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움츠리고 있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수많은 시련 속에서 꿋꿋하게 버텨온 ‘은근과 끈기’의 민족 아니던가? 때로 어리석은 듯하면서도 지혜로운 백성 아니던가? 더욱이 우리 민족이 어리석었을 때에 하나님께선 우리를 택하셔서 복음을 듣게 하시고, 그 많은 환난 중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게 하셔서 마침내 ‘동방의 빛’으로 번영의 축복된 역사를 맛볼 수 있도록 섭리(攝理)를 베풀지 않으셨던가?
그러나, 우리가 반만년 긴 역사 가운데 실로 잠시 동안에 불과한 20여년의 풍요(豊饒)에 분별력을 잃고 교만 떠는 사이에, 이제 다시 정신 차려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주위 이웃들 모습을 보니 냉기서린 국제정세를 절감치 않을 수 없다. 이런 속에서 과연 우리는 누구를 의지할 수 있을 것인가? 설령 우리가 못났을지라도 또 교만했을지라도 이 백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이 땅을 달구어 새 생명을 내고 신록을 맞으며 여름을 준비하게 할 것이며, ‘춘래불사춘?’하며 움츠리는 우리를 달구어 힘찬 행보를 내딛게 만들 것이다. 모든 크리스천들로 하여금, 힘찬 약동의 새 봄을 기쁨으로 맞이하도록.... [e-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