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아리마대 요셉도 올 수 있고, 니고데모도 그 굶주린 영적인 갈증을 해갈할 수 있는 곳이다.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그런 자들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교회는 모든 계급과 신분을 초월한다. 교회는 육적인 빵을 주는 곳이 아니다. 정치적인 권력을 쟁취하는 곳은 더더구나 아니다.

90년대는 교회의 위기요, 한국 기독교의 정체성 혼란이다.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잃어버린 시대였다. 이는 지금도 이어진다. 온갖 사회의 불의에 교회와 교인들이 연루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교회가 이제는 권력 집단, 부유한 기업들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로써 선교의 문이 닫히고 있다. 전도하기가 쉽지 않다. 종교는 그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 한번 그 신뢰성을 잃어버리면, 이를 회복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소금과 빛의 역할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하면, 교회는 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눈먼 종교집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회가 권력의 집단이 된다면, 그것은 성경적으로 부흥하는 교회의 모습은 아니라고 하겠다. 한국 교회는 사회 언론이 지적하는 것을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 교회 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성찰해 보아야 한다. 정말 교인들이 성경의 말씀대로 교회를 운영하고 있고, 교회의 지도자들이 순수한 복음을 가르치고 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사회의 공감대를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여 전하고 하는 언론 기관을 점령하고 실력행사를 할 수 있다면, 그곳은 이미 거만한 권력집단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다.

초대교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초대교회는 참된 정신과 가치관을 전하고, 당시 악의 구덩이에 빠져있던 세상 사람들을 말씀으로 그 죄를 드러내니까 교회를 박해한 것이지, 윤리적으로 교회가 문제가 있어서 교회에 물리적 박해를 가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성도들이 바르게 살지 못하니까, 성경대로 하지 않으니까, 사회와 언론이 교회를 향하여 메스를 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한국교회는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페쇄적인 집단, 지성도 상식도 없는, 열광주의적인 한 분파에 지나지 않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교회는 부유한 기업이 되어서도 안된다. 담임목사의 직책을 이제 자식에게 물러주기까지 하고, 그 재정을 자식의 기업을 위해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교회가 사기업처럼 되고 있다. 그러면 뒤에 가서 일반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말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당대는 교회가 사람들로 넘쳤겠지만, 한 세대가 지나면, 교회는 텅 비고 말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이 땅에 들어온 기독교가 한때 반짝 빛난 서양의 종교로 한국사에 기록되기를 원하는가. 자손만대에 걸쳐 이 땅의 정신문화를 이끌어가고, 한국 민족의 영성을 책임질 기독교로서 이 민족의 가슴에 뿌리박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