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현 노무현 정부는 민족주의와 미군철수를 주장하면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던 70~80년대의 운동권 출신들이 그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정부로서, 그 핵심에 있는 자들은 좌파적 민중사관의 성향을 띠고 있다. 민중사관을 가진 자들은 역사의 주체를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해자와 피해자, 착취자와 피착취자로 양분하여 이들간의 투쟁의 역사로 보고 있으며, 이는 계급투쟁.노선투쟁 그리고 사상투쟁을 바탕으로 하는 공산당철학과 흡사하다. 그들은 과거의 청산이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고, 오늘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변하면서, 광복 60년이 지난 오늘 과거 정권에서 조사한바 있는 일제 36년간 유명인사들의 친일행적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하여 친일인명사전을 집대성하여 그들을 응징하려 함으로써 마치 부관참시(剖棺斬屍)의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싶다.

그러나 역사의 주관자는 인간이 아니라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흥망성쇠의 역사 속에서 나라의 권좌는 그 자리의 선악을 불문하고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이 부여하고 섭리하신다.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나선형으로 반복 회전하며 항상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무리 현명한 지도자라도 선대의 잘못된 과거사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에 사는 우리는 과거를 공부하고 이를 교훈 삼아 오늘을 성실하게 꽃피워야 할 것이고, 오늘을 바탕으로 내일의 푸른 청사진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사에 집착하여 국력을 낭비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3. 흔히 21세기를 세계화.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정보산업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는 안방에서 지구촌의 어느 오지나 벽지에서 일어난 소식을 듣고 보고 이해하고 있다. 20세기 미.소 대립의 암울한 냉전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우리는 국가주의를 초월하여 인류의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세계화합.통합의 길로 나갈 때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당면한 기본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는 남북의 통일문제이고, 둘째는 사회통합의 문제이며, 셋째는 국민의식 개혁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남북통일(南北統一)의 문제에 있어서,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이념을 초월해서 우선 통일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일찍이 역사가이며 독립운동가이었던 단재 신채호 선생은 전근대적인 사대주의적 역사관을 부정 극복하고, 또 일제 식민주의사학을 철폐하기 위하여 근대민족주의를 제창하였으나, 오늘 21세기 세계화.정보화시대에 와서는 일제시대의 역사관으로 주목받던 선생의 민족주의는 그 시대에 알맞은 낡은 사조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