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하나님의 현존을 찾기 위해 우리의 모든 언어를 비워둔 여백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다 쉽게 말씀하실 수 잇도록 우리 마음을 정화시키고 순화시킨다. 침묵은 그리스도인의 영성 수련 활동의 가장 기본적이고 탁월한 방법이며 하나님의 신비를 가르쳐 주는 위대한 스승이다. 내면의 고독과 내면의 침묵은 나눌 수 없게 하나로 얽혀 있다. 그러므로 침묵 없이는 고독도 있을 수 없다. 깊은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홀로 하나님 앞에 서는 실존적 고독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고독(Solitude) 수련
“이 때에 예수께서 기도하시려 산으로 가사 밤이 새도록 하나님께 기도하시고(눅 1:12).”
고독에 대해서 디트리히 본회퍼는 “홀로 있을 수 없는 사람은 공동체를 경계하십시오. … 공동체 안에 있지 않은 사람은 홀로 있음을 경계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고독은 단순히 홀로 있음을 뜻하지 않는다. 고독은 고립과 불안도 아니다. 고독은 어떤 빈 공간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상태며, 하나님을 향해 절규하는 영혼의 부르짖음이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실존으로만 채워지는 그릇이다. 고독은 이 세상의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자유이다. 토마스 머튼은 “비록 공동체 안에 살고 있다 할지라도 수도자는 한 은자(隱者)로서 자기 실존의 내적 황무지를 개척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 말은 수도자만이 아닌 영성 생활을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한 가르침이다. 우리 안의 내적인 사막에서 이 세상의 무엇과도 그리고 누구와도 함께함이 아니라 오직 홀로인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더없이 약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전율하는 순간 우리는 영혼 깊은 곳에서 우리 존재의 근원이신

한 분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이처럼 하나님께 보다 가까이 가기 위해서 그리스도인들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사람과 일로부터 떠나 한적한 곳에 머물 수 있어야 한다. 여름에는 이러한 수련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고 기회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