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독일 통일은 당시 서독정부가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과 우호적 협력관계를 형성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고, 그 결과 이들 국가가 지원 내지 최소한 묵인한 결과로서 통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민족공조’를 통하여, ‘우리끼리’ 협력을 통하여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루려고 했다면 외부의 견제와 내부의 갈등으로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독 정부와 사회는 국제적 네트워크가 독일의 국가적 성과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일찍부터 깨닫고 있었다.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네트워크 형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자주, 민족, 애국, 통일’ 등의 용어는 독일에서 용도폐기 되어 온지 오래이다.

이를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은 덜 떨어지고, 위험한 부류로 취급받아 왔다. 사실 이러한 개념들과 이념은 사회를 폐쇄적, 비이성적, 이기주의적으로 만들뿐이다. 인류 역사상 얼마나 많은 범죄와 전쟁들이 자주, 민족, 애국, 통일이라는 구호 아래 합리화되고 발생하였는가? 독일은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또 이에 편입되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고, 오늘날 많은 독일 사람들은 스스로를 (독일국민이 아니라) 유럽시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한국사회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이슈들 (예를 들어 한미 FTA, 전시작전통제권문제, 남북관계, 우방국과의 외교 갈등,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 PSI 등)에 있어서 독일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움직임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e-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