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식 집사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프랑스의 독일 국경 부근에 베르덩요새가 있다. 프랑스는 이 요새 덕분에 제1차 세계대전때 독일의 침공을 막을 수 있었고 나아가 전쟁에서 승리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베르덩요새는 프랑스에게 있어서 독일의 침략을 막아준 호국의 요새였다.
제1차대전 때 베르덩요새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사람이 마지노이다. 마지노는 이 전투에서의 승리로 프랑스의 전쟁영웅이 되었고, 이후 승승장구하여 1930년대 후반에 프랑스의 국방장관이 된다. 1933년 독일에서 히틀러가 집권하고 이후 전개되는 정세의 변화를 감지한 마지노는 향후의 전쟁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작업을 하였다. 마지노는 제1차대전 때의 승리를 교훈삼아 이번에는 독일과의 국경선 부근 전략적 요충지역에 여러 개의 새로운 요새들을 구축하였다. 이것을 이은 것이 바로 ‘마지노라인’이다. 마지노를 비롯한 프랑스 군수뇌부는 마지노라인을 구축해 놓고서 이것을 금성철벽으로 믿었다.

마지노의 예측대로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프랑스로 침공해왔다. 그런데 나치독일군은 이번에는 마지노라인을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 항공기와 전차 등을 활용해서 마지노라인을 넘거나 피해서 프랑스로 진격했다. 프랑스 군수뇌부가 심혈을 기울여 구축했고 금성철벽으로 믿었던 마지노라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었고, 오히려 패전의 상징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시대가 바뀌었고, 무기체계가 바뀌었고. 전투방식도 달라졌는데 지난 날의 노하우에만 얽매이다 보니 패전의 쓰라림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대나 상황이 바뀌면 사람들의 의식이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경쟁의 격화 등의 급격하게 전개되는 환경 변화는 이제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시대와 상황에 뒤떨어진 사람과 조직으로 만든다. 지식의 진부화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지식과 역량의 유효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