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기독교 문예창작반 반장)
‘장미의 시인’으로 알려진 릴케는 장미가시에 찔린 독으로 인해 죽었다고 한다. 방 아랫목에 방석 하나 깔리듯 내 마음에 따뜻이 자리하고 있는 그에 관한 이 일화도 장미와 엮여 있다.

릴케는 부인과 함께 늘 집 근처의 공원에 산책을 다녔다. 그 공원 입구에는 행인들의 자비심에 의지해 살아가는 가엾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버릇처럼 동전 몇 개를 그 여자의 앞에 던져넣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릴케는 산책에 앞서 꽃집에 들러 말없이 붉은 장미꽃 한 다발을 샀다. 동행한 그의 아내는 남편의 꽃 선물을 기대하며 좋아했다. 그러나 남편의 꽃다발이 겨냥한 곳은 아내의 가슴이 아니라, 공원 입구에 앉은 거지의 품이었다. 그런데 꽃 선물을 받은 그 여자는 웬일인지 다음 날부터 일 주일 동안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난 여자를 보자 몹시 궁금해진 릴케는 그동안 무엇을 먹고 살았느냐고 물었다. 여자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동냥한 돈은 나를 하루만 견디게 했어요. 그러나 당신의 꽃은 나를 1주일 동안 견디게 했답니다.”

여전도회 2월 월례회 ‘회원의 소리’ 시간이었다. 나는 한 마디 제안을 했다. 우리가 월례회때 마다 걷는 ‘적은 돈’에 조금만 더 보태서 이화재씨의 소원을 들어 주면 어떻겠느냐고. 36년생인 그 여성은 말하자면 1여전도회 소속이 아니겠느냐고 되지도 않을 꼬리말을 달면서. 그의 소원이라 해봤자 ‘방 얻을 돈 10만원’이다. 10만원으로 어떻게 방을 얻느냐고 비웃지 않기를 바란다. 가진 것 없지만 욕심도 없는 그 여자의 10만원 소원을 듣게 된 지가 벌써 해를 넘겼다. 겨울이 사라진게 아닐까 어리둥절해 있던 참에, 호되게 몰아닥친 추위로 덜덜 떨고 있던 어떤 날이었다. 보드라운 내의는 말할 것도 없고 털 스웨터에 모직 바지를 차려입고 그 위에 두툼한 외투와 목도리로 단단히 채비를 한 나였다. 여름에도 부츠를 신는 나를 보고 교회친구들은 마냥 놀려대지만, 내 추위타는 체질에 익숙한 딸은 ‘엄마 무덤 가에는 보일러 시설을 해야 될걸’이라며 싹수없는(?) 말까지 하는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