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럴 수가!”

체육 시간을 마치고 운동장에서 들어온 세나는 기가 막혀 벌린 입을 닫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아끼고 간직했던 털목도리가 가위로 갈기갈기 잘려져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나야, 늘 따스한 사람이 되거라.”
눈물을 감추며 미국으로 떠나던 이모가 준 털목도리. 세나는 이모의 따스함을 느끼며 겨울 내내 한 번도 목에 두르고 다니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세나는 백혈병의 치료를 위해 떠난 이모를 잃어버린 것 같아 책상에 엎드려 마구 눈물을 뿌렸습니다.
“이모! 꼭 살아와야 해. 난 이모가 병을 이길꺼라고 믿어.”
떠나기 전날 세나는 가쁜 숨을 쉬는 이모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이모는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고 세나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세나야, 걱정 말아. 난 꼭 나을거야. 날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특히 세나 너.”
가냘픈 이모의 따스한 품에서 세나는 눈물이 핑 돌아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모를 태운 비행기가 먼 하늘로 사라져 간 뒤에도 세나는 털목도리를 쥔 손에 힘을 빼지 않았습니다.

첫 눈이 오는 날. 세나의 반에 이상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전학을 왔습니다. “자, 여길 봐요. 새로 온 친구를 소개하겠어요. 이름은 장순미. 모르는 게 있으면 서로 돕고 잘 이끌어 주세요.”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순미의 특이한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