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보글보글하고, 얼굴 여기저기 거무튀튀한 자국. 그것까지는 봐 줄 수 있지만 아이들을 쏘아보는 그 애의 눈동자가 너무나 날카로워 섬뜩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아이들은 슬금슬금 피하고 다녔습니다.
어쩌다 아이들이 자기를 보면 순미는 금방 사나운 얼굴로 째려보는 게 여간 겁을 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부터 여기저기 아이들은 물건이 없어졌다고 야단들이었습니다.
“선생님, 순미가 수상해요. 조사해 주세요.”
아이들이 담임선생님께 달려갔지만 “증거도 없이 남을 의심하는 건 더 나쁜 거야.”
담임선생님은 순미를 세나의 옆자리에 앉게 하면서 말했습니다.
“세나야, 섭섭했니? 미안하다. 너라면 순미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애들 모두 순미를 증오에 찬 눈으로 바라보아도 너만은 늘 부드러운 눈길로 순미를 보고 있다는 걸 난 알아.”
세나는 여기저기 찢겨진 털목도리 조각을 주워 모으면서 그 때의 담임선생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자기에게 잘 해 준 친구는 나 밖에 없었는데. 그런 나에게 이럴 수가---.”
세나는 불같이 치솟는 분노를 참는 대신 굵은 눈물방울만 뚝뚝 떨구었습니다.
‘이모가 준 건데. 이모가 준 건데.’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왔습니다.
“우리가 뭐랬니? 그 애하고 가까이 있으면 손해 본다고 했잖니?”
“너도 이젠 정신 차려. 이 바보야.”
아이들이 내뱉는 말이 세나의 머리 위로 마구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세나는 순미를 감싸주느라고 친구들에게 따돌림까지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세나는 참을 수가 있었습니다. 세나는 순미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비하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