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순미네 집에 간 세나는 순미의 슬픔이 엄청난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병으로 죽자 어머니가 돈 벌러 간다고 몇 년 전 나간 뒤 소식이 없습니다.
순미는 그 때부터 줄곧 소녀 가장으로 살아왔습니다.
이웃과 친척들의 도움은 금방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순미는 더 이상 학교를나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엄마 없다고 매일 맞고 오는 동생. 부모님 없다고 함부로 취급받고 따돌림 당하고 사는 순미. 순미는 자기네를 해코지하는 사람과 세상을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뒤 닥치는 대로 남의 물건을 훔치고, 남에게 먼저 해를 끼치는 아이로 변해갔습니다.
어느 날, 혼자 사는 먼 친척 할머니가 소식을 듣고 순미와 함께 살게 되었고, 순미의 외로움은 어느 정도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버릇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은 집에서는 그렇게 착한 순미라는 사실입니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뿐만 아니라 매일 할머니 등까지 두드려주고 동생까지 엄마가 돌보듯 한다는 순미. 물론 순미가 다시는 가정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는 걸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런 점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도 워낙 순미의 태도가 거칠고 사나워서 친구들이 모두 외면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세나도 처음에 순미의 행동에 무척 당황했지만 엄마, 아빠 없이 살아가며 겪은 아픔과 괴로움은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하고 순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세나는 순미를 감싸주고 나눔과 도움은 물론 말동무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런 나를, 내가 제일 아끼는 물건을……’
세나는 더 이상 순미에게 줄 마음이 사라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나야. 누구나 너 같으면 그럴 거야. 하지만 자기에게 잘 해 주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건 아무나 다 모할 수 있는 일이지. 그건 사랑이 아니야. 계산된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야. 너희 이모가 이름도 모르는 분 때문에 미국에서 확실한 치료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것 너도 알지?” 집에 와서도 울며 괴로워하는 세나에게 엄마는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도 그랬단다. 사람들에게 무조건 사랑을 주셨지.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배반하였어. 심지어 사랑하는 제자들에게까지도 말이야. 그러나 예수님은 원망하지 않았어.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십자가 위에서 찢기시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그들을 사랑하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