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자의 집 문간에 진물 나는 거지 나사로를 두신 하나님의 뜻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하나님의 환대는 부자가 아니라 거지 나사로였던 것을 기억하라는 하나님의 편지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눈으로 보니 그가 더없이 정겨워졌다.
가만히 엎드려만 있던 그가 드디어 ‘10만원 모금’건을 내걸고 나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용기일지도 모른다. 수 많은 사람들은 그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사라져 갔을텐데 그는 씩씩한 여전도회원들을 보면서 그런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이 모금이라는 말이 참 듣기 좋았다. 당신 돈 있으면 나 한 번만 봐줘요, 하지 않고 모금해 달라니 그는 벌써 공동체의 힘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십시일반 적은 돈을 모아 그의 소원을 들어주면 그도 모처럼 거금을 쥐어보는 사치를 누릴 수 있을까. 그리고 적어도 1주일 아니 한 달은 행복함에 젖을 수 있겠지. 릴케가 지나는 공원 앞에서 구걸을 했던 인연으로 훌륭한 시인의 장미꽃 선물을 받은 그 여자의 행운처럼.

수필가 피천득씨는 ‘선물’이라는 그의 수필에서 말한다. 선물은 광목 한 필이 아니라 모본단 저고리 한 감이 적절하다고. 꽃처럼 예쁘고 재상처럼 영화로우라고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이화재'다. 새문안교회에 발디딘 행운으로 인해 피부병으로 너절해진 그 얼굴에 한 번쯤 환한 웃음이 깃들게 한다면 어떨까. [e-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