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과 촛농

이수영 목사님 수연에 부쳐
안재찬 집사

그 때
새 즈믄해 구월였습니다
광나루 창공을 날갯짓하던
백학 하나
성령의 불씨 두어 물고
서울 한복판 광화문 길섶에서
수수백년 어둑을 털어내는
언더우드 종소리
앉아 있는 백양목 우듬지에
사뿐 둥지를 틀었습니다
본시 뿌리 깊어 청청한 물가
갈증 헹구는 섬광 한올 내리어
그렇습니다 물기 젖은 삼십여 달
가등 없는 밤길 터벅터벅이다
쿨럭이는 영혼 고뿔 걸린 영혼
봄날 해빙처럼 그리 가슴속 열리어
저마다 사부곡 흥얼흥얼
잉걸불 활활 타올랐습니다

60년 대하(大河)
발
목
적신
교직20여 년
목회10여 년
땀방울 켜켜이 쌓인
경륜의 명패
견고한 소명의 위의(威儀) 청명합니다
시침(時針)
아니 일침(日針)
아니 월침(月針)
무엇 하나라도 소홀 않은 님의 일기장엔 공전(空轉)이란 흔적 없습니다.

이 시대 딱 한 분
궁핍한 제자 눈물 닦아 주는
무한 절대자
정작 스스로는 빈손 목자
쾌도난마 민주와 반공 된소리 돋우다
행여 저잣거리서 몰래 생채기 날까 저어되는
저 투혼 저 서슬 퍼렇긴 해도
오오 슬픔을 만나면 슬픔을 먹고
시나브로 속울음 우는 여린 목자입니다